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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스센스의 또 다른 반전

by weare1001 2023. 7.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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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스 센스의 반전

플로 트위스트 반전 영화의 대명사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영화가 아마도 식스 센스일 겁니다. 
브루스 윌리스가 귀신입니다.
영화 전체를 송두리째 갈아 엎어 버리는 이 어마어마한 반전 때문에 당연히 식스 센스를 본 관객들은 
주인공 소년 콜이 브루스 윌리스가 귀신이라는 사실을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고 기억하실 것 같습니다. 
사실 저도 그랬습니다.
그런데 제가 거의 20년 만에 이 영화를 우연히 다시 보다가
어쩌면 아닐 수도 있겠다 하는 이상한 생각이 들게 되었습니다. 
귀신을 보는 식스 센스를 가진 주인공 콜은 과연 브루스엘리스가 귀신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을까요?

먼저 가장 중요한 전제부터 확실히 하고 가야겠죠 귀신을 보는 주인공 콜은 어떻게 산 사람과 죽은 사람을 구분하는가? 
이 영화에서 귀신이라는 존재가 확실하게 등장하는 첫 장면은 코리 친구의 생일 파티에 갔을 때입니다. 
계단을 오르던 콜이 이상한 소리를 듣고 귀신이 있다는 걸 알게 됩니다.

늦은 밤에 화장실에 갔다가 귀신을 만났을 때도 부엌에서 나는 소리를 듣고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나서야 귀신이라는 걸 알게 됩니다.
결국 영화의 제목은 식스 센스지만, 주인공 콜이 귀신의 존재를 느끼는 방식은 무슨 스파이더 센스처럼 느낌만으로 전해지는 것이 아니라, 
듣고 보는 아주 일반적인 감각에 의존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결국 평범한 오감으로 귀신의 존재를 느끼는 콜이 살아있는 사람과 귀신을 구별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귀신의 외형적인 모습입니다.
귀신은 자신이 죽을 때의 모습 그대로를 유지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자해했던 엄마, 총을 맞은 아이, 자전거를 타고 사고를 당한 여자나 교수형을 당한 죄수들까지 모두 죽었던 당시 모습 그대로를 귀신이 된 이후에도 계속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냥 딱 봐도 귀신이라는 게 바로 티가 납니다.

 

- 말콤의 정체

 

다시 말하면 콜 역시도 뭔가 느낌적인 느낌으로 
"아, 이 사람이 귀신이구나!" 이렇게 느끼는 게 아니라 겉모습을 봤을 때 귀신처럼 생겼으니까 "아, 귀신이구나" 하고 알 수 있는 겁니다.

두 번째는 귀신이 나타날 때 변화하는 주변의 온도입니다. 
콜의 말에 따르면 귀신이 흥분하거나 화를 낼 때 주의가 추워진다고 합니다.
여기에 이 영화의 미스터리를 부추기는 중요한 단서가 숨어 있습니다. 
바로 브루스 엘리스 아니 극중 이름이 말콤이라서 앞으로는 말콤이라고 부르겠습니다. 
말콤이 죽을 당시의 상황입니다. 
말콤은 왼쪽 복부에 총을 맞았지만, 신기하게도 앞부분에는 전혀 출혈이 없었습니다. 
총알이 완전히 관통하면서 뒤쪽에서만 엄청난 출혈이 있었습니다.

이런 상황 때문에 죽은 당시 그대로 귀신이 된 말콤은 겉옷을 벗지 않는 이상 출혈의 흔적이 전혀 밖으로 드러나지 않습니다. 
그리고 실제로도 말콤은 이 거추장한 외투를 한 번도 벗지 않습니다.
결국 말콤은 외형적으로 볼 때 살아있는 사람과 전혀 다를 바가 없는 평범한 사람처럼 보입니다.

더불어서 말콤은 죽을 당시에 아주 편안한 상태로 죽었습니다. 
출혈이 너무 심했기 때문에 고통조차 느끼지 못하고 마치 잠이 드는 것처럼 편안하게 숨을 거뒀습니다.
죽을 당시에도 본인보다 자신을 쏜 빈센트를 걱정할 정도로 아무런 원한도 없이 편안한 상태로 죽었기 때문에 다른 귀신과는 달리 말콤은 주변의 한기를 불러오지 않습니다.

결국 말콤은 겉으로 보기에도 멀쩡하고 한기도 불러오지 않는, 살아있는 사람과 귀신을 구별할 수 있는 가장 큰 두 가지 단서를 하나도 가지지 않은 아주 특별한 귀신인 겁니다. 
이런 말콤을 과연 콜은 처음부터 귀신으로 알아봤을까요?

이 영화는 말콤이 귀신이라는 걸 관객들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서 여러 가지 트릭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귀신이지만 마치 사람들이 보는 것처럼 대화하는 것처럼 의도적으로 만든 장면들이 그러합니다.
예를 들면 말콤이 처음 코의 집을 방문했을 때, 거실에는 코의 어머니와 말콤이 함께 앉아 있습니다.

이 장면은 처음 영화를 볼 때는 그냥 아이의 엄마와 정신과 의사가 함께 코를 기다리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사실은 어머니 혼자 기다리고 있었던 겁니다. 
그런데 여기서 어머니가 말콤의 존재를 전혀 의식하지 않는 모습만 보여준다면 뭔가 이상하겠죠? 그래서 이런 장면이 들어갑니다.

보셨나요? 거실을 나가는 어머니가 아주 잠깐 말콤이 있는 쪽을 힐끔 쳐다봅니다. 
마치 거기에 사람이 있는 것처럼 말입니다.
이런 장면이 하나 더 있습니다. 
결혼 기념일에 레스토랑에서 부인을 만나는 상황입니다.
말콤은 왜 늦었는지, 무슨 일이 있었는지 한참을 이야기하지만, 부인은 싸늘하게 계산서를 받아들고는 이 한마디 말을 남기고 자리를 떠납니다.
하지만 이 장면 역시도 결혼 기념일에 부인 혼자 와서 식사를 하고 떠나는 장면이었던 겁니다.

그런데 여기서 이런 장면이 들어갑니다.
아주 잠깐이지만 부인이 분명 말콤이 있는 방향을 바라봅니다.
이런 아주 짧고 사소한 시선들 때문에 관객들은 말콤이 귀신이라는 의심을 전혀 하지 않게 되는 겁니다. 
지하실로 통하는 문은 탁자가 맞고 있어서 열리지 않는 거지만, 카메라는 언제나 이 탁자를 절묘하게 가리는 각도로만 보여줍니다.

그리고 언제나 문 쪽으로 다가가는 모습만 나오고, 정작 문을 여는 모습은 한 번도 보여주질 않습니다. 
이런 교묘한 트릭들 때문에 사실 말콤이 귀신이라는 사실을 관객들이 눈치 챈다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할 수 있습니다. 
만약 영화를 보는 중에 설마 하는 의심이 들더라도 이런 장면들 때문에 다시 원점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는 겁니다.

 

 

- 콜의 비밀

 

말콤을 대하는 콜의 태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콜이 너무 티나게 말콤을 귀신 보듯 대하면 관객들이 쉽게 눈치 챌 수 있기 때문에, 
콜이 말콤을 대하는 태도는 사람인지 귀신인지 구분하기 어려운 어중간한 뉘앙스를 보여줍니다. 
영화의 마지막에 말콤이 귀신이라는 걸 깨닫고 나서 다시 나오는 이 장면은 

얼핏 보면 콜이 말콤을 바라보는 눈빛이 귀신이라는 걸 직감하고 
경계하는 듯한 모습으로 보입니다.
이 장면에서 말콤을 대하는 콜의 태도를 다시 한 번 살펴보면,
말콤은 계속 이야기를 하지만 콜은 한마디도 하지 않습니다. 
엄마가 있는 부엌적을 신경 쓰는 모습을 보면 이 상황에서 자신이 말을 하면 아무도 없는 허공에 얘기하는 걸로 의심받을까 봐, 
이상한 사람 취급을 받을까 봐 말을 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만약 그런 거라면 콜이 이때부터 말콤이 귀신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장면을 한번 보셨을까요?
성당에서 콜과 말콤이 만나는 장면입니다.
여기도 분명 사람이 있습니다. 
평일 낮에 성당이라는 특성상 엄청 조용할 텐데 
속삭이는 게 아니라 이런 식으로 말을 하면 분명 콜의 목소리가 성당 안에 다 들릴 겁니다. 
분명 이상한 사람 취급을 받는 건 아까의 상황과 마찬가지일 겁니다.
콜은 너무도 자연스럽게 말콤과 대화를 합니다. 
더 중요한 사실은 이 장면이 콜과 말콤의 첫 번째 만남이라는 사실입니다.

콜이 만약에 말콤이 귀신이라는 사실을 직감했다 하더라도 말콤이라는 귀신에 대한 어떠한 정보도 없는 상황이라는 뜻입니다. 
이 사람이 어떻게 죽었는지, 원하는 게 뭔지, 과격한지, 폭력적인지 전혀 모르는 상황인 겁니다.
콜은 아홉 살 평생 동안 귀신의 존재 때문에 고통받아 왔습니다. 
단순한 정신적 고통 뿐만 아니라 실질적인 육체적 공격도 받았었습니다.

단 하나의 소원이 있다면 더 이상 두렵고 싶지 않다고 
서슴없이 말하던 소년이 어떻게 생전 처음 만난 귀신에게 이렇게 자연스럽게, 아무런 두려움 없이 이야기할 수 있을까요? 
단순히 겉으로 보기에 멀쩡해서, 그냥 착한 귀신 같아서.
콜이 자신의 비밀을 처음으로 말하게 되는 이 장면 너무도 유명합니다.
비밀을 털어놓고 난 콜은 말콤에게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만약 콜이 말콤이 귀신이라는 걸 알고 있다고 가정해본다면 
평생 동안 귀신 때문에 고통받아왔던 소년이 만난 지 얼마 되지도 않는 귀신에게 자신을 지켜달라고 부탁하는 상황인 겁니다. 
솔직히 단순하게 생각해 보면 귀신에게 자신을 지켜달라는 것보다 살아있는 어른에게, 정신과 의사에게 지켜달라는 게 더 설득력 있지 않을까요?

제가 생각하는 결정적인 단서는 이 부분입니다. 
말콤은 점원과 키스하는 부인을 보고 콜에게 작별을 구합니다.

그리고 콜은 이렇게 얘기합니다.

아무에게도 이야기하지 못했던 비밀을 털어놨지만 자신을 믿지 못하고 떠난다는 말콤. 
만약 이 상황에서 콜이 말콤이 귀신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고 가정한다면 알콤을 설득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그가 귀신이라는 걸 직접 말해주는 겁니다. 
내가 귀신을 보는 걸 못 믿겠지만, 사실은 당신이 귀신이야
내가 당신을 보고 이야기하고 있다는 이 사실보다 더 확실한 증거가 어디 있느냐 이렇게 말입니다.
그런데 평생 동안 귀신 때문에 고통받아왔고, 말콤이 자신을 도울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이라 생각하는 9살짜리 소년이 이 절박한 상황에서 이 중요한 사실을 절대 말하지 않습니다. 
떠나려는 말콤을 붙잡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진실을 말하는 것밖에 없는데, 도대체 왜 이 얘기를 하지 않는 걸까요?

혹시 콜 역시도 말콤이 귀신이란 사실을 모르고 있었던 건 아닐까요?

이 영화의 결말을 알고 영화를 다시 보게 되면, 말콤을 경계하는 콜의 모습 때문에 콜이 말콤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런 모습이 단순히 귀신임을 알았기 때문이라고 단정 지을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오히려 잠깐의 경계 이후에 너무도 자연스럽게 말콤을 대하는 콜의 태도를 볼 때, 귀신이라서 경계한다기 보다는 단순히 낯선 어른이어서, 정신과 의사여서,
자신이 말 못할 비밀을 간직하고 있기 때문에 경계하는 순수한 아이의 자연스러운 모습일지도 모릅니다. 

콜은 처음부터 말콤을 의사처럼, 사람처럼 대해왔습니다. 
그를 경계한 적은 있었지만 두려워한 적은 없었습니다. 
항상 자신의 곁에 있어달라고 이야기하고,
세상 누구보다 말콤에게 의지했습니다. 
마지막 순간까지 자신이 귀신이라고는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던 말콤 본인처럼 
어쩌면 콜 역시도 말콤이 귀신이라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던 건 아닐까요? 
여러분들의 생각은 어떻습니까?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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