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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600미터 - 높이 오르면 따라오는 것들

by weare1001 2023. 6.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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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7M

파이널 스코어 버스 657을 연출한 스콧 만 감독이 연출한 작품입니다. 
감독이 국내에 알려지지 않은 탓에 마케팅 문구에는 47m 제작진이라며 두 작품에 모두 참여한 제작자인 제임스 해리스와 마크레인의 연관성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47m는 수심 47m 속 상어 스릴러였습니다. 
이번 작품의 원제는 단순히 폴(=추락)이었지만 
47미터와의 연관성을 주고 싶었는지 한국 사람들은 숫자를 줘야 무서워할 거라 생각했는지 국내 개봉명에는 600m라는 부제가 붙었습니다.
저도 한국인이라서 효과는 있었던 것 같습니다. 
600m에서 떨어질 걱정을 하며 관람하러 갔는데요 막상 가서 떨어져 보니 그 높이는 생각과 달랐습니다. 
저는 이 영화가 빨리 도달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인생의 이야기를 한다고 느꼈습니다.

 

- 안전장치의 부재

600m가 얼마나 높은지, 어떻게 어디를 올라야 하는지 하나하나 알아봅시다.
관객을 미치게 만드는 부분이 있습니다.
주인공은 남편이 사고로 죽었음에도 제대로 된 안전장치 없이 높은 곳에 올라갑니다. 
당연히 위험할수록 관객들이 더 큰 스리를 느낍니다.
다만 올라가서 고립된 상태로 올바른 판단을 못하는 건 패닉에 빠져 그렇다 볼 수 있겠지만 
오르기 전에도 달랑 로프 하나로 서로 묶고 오래되고 낡은 tv 타워에 오르는 모습은 심각하게 안전의식이 부족해 보입니다.

안전장치 없이 높이 오르면 위험하긴 하지만 나름의 장점들이 있습니다. 
빠르게 갈 수 있고 짐이 적으니 힘도 덜 듭니다.
스릴에서 오는 쾌감도 있고 쿨해 보이고 멋있어 보입니다. 
하지만 그 결과 사다리는 무너졌고 다리에 부상도 입은 채 고립됩니다.

주인공들은 구조를 요청하기 위해 애씁니다. 
SNS 게시 버튼을 누르고 전파가 닿는 곳까지 보내려 핸드폰을 신발에 넣어 던져보기도 하고, 구조 신호탄을 쏴서 근처에 있는 사람의 이목도 끕니다. 
드론에 쪽지를 끼워서 인근 모텔을 향해 날리기도 합니다. 
하지만 모두 실패합니다.
드론의 핸드폰을 달아서 전파가 터지는 곳까지 내렸다 올리며 구조 요청을 했다면 
성공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만, 그래도 결국엔 실패하는 연출로 이어졌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들의 실패가 보여주려는 것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진심으로 나를 생각하는 존재, 그러니까 진짜 내 편이 가장 소중하다는 겁니다.
다소 엄격해 보이고 말도 막하지만 잘생긴 아빠가 그렇습니다. 
전화를 받지 않는 딸에게 계속해서 연락하려 노력하고, 직접 찾아가기도 했으며, 마지막엔 밤길을 달려 도착합니다.
드론에 끼워 날리던 쪽지는 어디 있는지 모를 무작위의 누군가에게 보내는 sns에 올리는 게시물과 마찬가지입니다.

드론을 날리기 위해 높은 곳에 올라간 베키는 결혼 반지까지 쓰며 위험한 충전을 시도합니다. 
이 장면은 마치 팔로워를 모으는 모습을 묘사하는 듯, 위험한 행동으로 메시지를 보낼 동력을 모으고, 그 과정에서 물어뜯는 독수리들이 달려들고 합니다.
그럼에도 드론 계획은 실패합니다. 
주인공 베키가 의도적으로 언급합니다. 
업로드에 실패했거나 카운터의 팬들이 관심이 없었을 거라고 합니다.

위험한 행동과 노출 있는 옷차림으로 받은 좋아요는 별 의미 없는 순간의 관심에 불과합니다. 
죽은 소의 사진에 따라오는 좋아요처럼, 남의 고통이나 아픔은 그저 즐길거리일 뿐입니다.
꼭대기에 갇힌 걸 보고도 차를 훔쳐 도망가는 사람들이나, 부서진 도론을 보고도 갈 길을 가버린 트럭 운전사처럼 흥미로 인해 눈길을 보낸 사람들은 그들에게 진짜 관심을 가지지 않습니다.

아빠만이 애타게 달려올 뿐입니다.

 

- 높은 곳의 함정

올라가기 전부터 위험을 암시하는 요소가 있습니다.
소를 뜯어먹는 독수리들입니다. 
결국 주인공이 드론을 충전하기 위해서 가장 높은 곳에 올랐을 때 독수리의 공격을 받습니다. 
높은 자리에 올랐을 때 나에게 관심이 있는 자들은 내가 힘이 약해지거나 추락했을 때 나를 뜯어먹으려 하는 존재들 뿐이라는 묘사를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독수리를 주인공이 불러들이지는 않았습니다.
원래 높은 곳에 살고, 그곳에서 사냥하는 존재들입니다.

그렇기에 진짜 함정은 독수리가 아니라 높은 곳 그 자체라고 생각합니다.
올라왔으면 내려갈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맹목적으로 성공을 향해 달리는 사람들은 타워를 오르는 주인공들처럼 내려갈 생각이나 추락의 위험은 고려하지 않습니다. 
얼마나 높이 올라왔는지 확인하고, 어디까지 올라갈 수 있는지 기대할 뿐입니다.

남편 댄이 추락하던 오프닝에서도 헌트는 줄도 없이 친구들도 두고 혼자 올라갑니다. 
남편 역시 위험한 순간에 주인공과의 연결을 풀어버립니다.
세 사람이 속도를 맞춰 올라가거나, 셋 모두가 연결되어 있었거나 적어도 두 사람만이라도 연결을 끊지 않았으면 대는 생존했을지도 모릅니다. 
높은 곳에 함정을 피하는 방법은 함께 오르는 것 아닐까 생각합니다.

헌터는 베키에게 조언합니다. 자신이 살아있다고 느끼게 하는 일을 하라고 말입니다.
굉장히 멋있고 좋은 친구인 것처럼 묘사했지만, 남편과 바람 핀 배신 불륜녀이고 위험한 행동을 조장하는 온라인 관종입니다.
댄의 죽음에서 도망치기 위해서 일부러 위험한 곳을 찾아다니던 사람입니다. 
영화의 엔딩이 헌터의 대사로 마무리된 것은 

잘못된 생각을 가진 헌터를 강조하면서 영화의 주제를 말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이 작품이 단순히 높은 곳에 오르는 것 자체를 나쁜 것으로 정의한다고 느끼지 않았습니다. 
안전을 생각하고 다른 이들과 함께 오르라는 얘기로 보입니다.. 
뿐만 아니라 오르는 것이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러니까 헌터처럼 위험을 찾아 오르면서 죽지 않았으니 살아있음을 느끼는 것보다 날 살아있게 만드는 의미 있는 일들을 하면 높은 곳에 도달할 수 있다는 겁니다.

헌터가 유튜브에 보여주지 않았던 삶에 대한 고민과 따뜻한 마음은 위험한 행동처럼 빠르게 높은 곳에 오르게 해주지는 않겠지만 
결국 언젠가는 여러 사람과 함께 높은 곳에 도달하게 해주지 않았을까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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