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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금자씨는 정말 친절할까?

by weare1001 2023. 6.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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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욱 감독의 복수 3부작 마지막 작품

박찬욱 감독의 복수 3부작 마지막 작품 친절한 금자 씨 복수라는 영화의 주제답게 금자라는 주인공은 영화의 처음부터 끝까지 오직 복수만을 위해 달려가는 인물입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모두 하나같이 입을 모아 그녀를 친절하다고 말합니다.
어째서 복수를 꿈꾸는 그녀는 친절했던 걸까요? 아니, 그 전에 그녀는 정말 친절하긴 한 걸까요?

 

-줄거리

금자는 6살 어린이 원모를 납치하고 살해한 죄로 13년간 감옥살이를 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사실 금자는 아이를 죽인 적이 없었습니다.

그녀는 어린 시절 실수로 아이를 임신했었고, 원치 않은 임신으로 오갈 데가 없게 되자 평소 알고 지내던 영어 교사인 백 선생을 찾아가 몸을 위탁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백선생이 좋은 유괴라는 말도 안 되는 논리로 금자를 꼬셨고,
아이를 죽이지 않겠다는 약속과는 달리 백 선생은 아이를 죽인 뒤 금자에게 모든 죄를 뒤집어 씌어버렸습니다. 
하지만 금자는 자신의 아이를 백 선생에게 볼모로 잡혀버리는 바람에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하고 그대로 경찰에게 끌려가야만 했습니다.
감옥에 들어간 뒤 금자는 비록 자신의 손으로 아이를 죽이진 않았지만 백 선생을 도와 아이를 유괴했고, 결국 그 아이를 죽게 만들었다는 사실에 괴로워했습니다.
그러다 결국 백 선생에게 복수를 하고 자신의 죄를 속죄하기로 결심합니다.
그리고 이때부터 금자는 친절해지기 시작했습니다. 
금자는 감옥 안의 재소자들 모두가 기피하지만 누군가는 반드시 해야만 하는 일들을 앞장서서 했고, 그런 그녀를 모두들 마치 얼굴에서 빛이 나는 천사와도 같다고 칭찬했습니다.

하지만 그녀가 한 모든 일들이 단순히 착하기만 한 건 아니었습니다.
금자는 감옥 안에서 사람을 죽였습니다.

한 재소자 감옥에서 마녀라 불립니다.

분명 감옥 안에 많은 사람들은 마녀를 죽이고 싶을 정도로 미워했을 겁니다. 
하지만 그 누구도 마녀에게 대항할 용기를 내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자신들이 하지 못한 일을 대신 처리해 주었던 금자를 옹호하기 위해 그녀를 감싸주고 찬양했을 겁니다. 
그리고 심지어 금자의 친절함에 직접적인 은혜를 입었던 사람들은 출소한 후에도 금자가 하는 복수를 도와주기까지 합니다. 
하지만 이는 결코 금자의 안타까운 상황에 대한 공감이나 동조해서 오는 행동은 아닙니다.

그들은 모두 금자의 복수를 끝까지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 딱 자신이 받은 만큼만 금자를 도와주고 사라집니다.

따라서 사람들이 금자를 도와주었던 이유는 자신이 죽이고 싶었던 마녀를 대신 살해하고 그에 따른 피해를 온전히 홀로 감당한 금자에 대한 나름의 속죄임이었을 겁니다. 
저는 이런 그들의 행동에서 인간의 이기심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나보다 더 강하게 행동하는, 내가 하기 싫어하는 일을 대신 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에서 오는 상대적 안도감.
목적은 이루어졌지만 그에 따른 책임은 회피할 수 있는 적절한 명분. 
그녀는 친절하다.

마침내 금자는 백선생을 납치하는 데 성공하고 13년을 기다려온 복수를 마무리하려던 순간입니다.
본인이 연루되었던 납치 사건 뒤에도 백 선생이 네 명의 아이들을 더 유괴해 살해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만약 자신이 백 선생의 죄를 뒤집어 쓰지 않았다면 죽지 않았을 아이들입니다. 
금자는 자신이 저질렀던 일에 대해 다시 한 번 큰 죄책감을 느끼며 백 선생에게 살해당한 아이들의 유가족들을 찾아 그들에게 직접 백선생의 처분을 맡깁니다.

백 선생의 죄를 법의 심판에 맡길 것인가 아니면 직접 자신들의 손으로 죽은 아이의 복수를 할 것인가 
하지만 이들은 당장의 복수보다 이 일로 인해 자신에게 찾아올지도 모를 또 다른 위험을 걱정합니다.

결국 보다 못한 금자는 자신이 모든 책임을 지겠다고 말합니다.
그렇게 유가족들은 차례로 줄을 서서 죽은 아이의 복수를 합니다.
복수를 끝내고 난 뒤 유가족들은 모두 한 자리에 모여 죽은 아이들을 추모하는데 그러나 그것도 잠시

백 선생에게 지불했던 아이의 몸값을 돌려받기 위해 계좌 번호를 알려주고 
하늘에서 내리는 눈에 교통 체증을 걱정하는 등 방금 전의 일들이 마치 꿈속의 일이었느냐 어느새 지극히 현실적인 문제들로 돌아옵니다. 
그들이 한 것이 정말 복수였는지 그렇다면 그들의 억울함과 분노는 해소되긴 한 건지  그리고 금자의 죄책감 역시 사라지긴 한 건지.

 

-마무리

어쩌면 금자는 복수를 한다고 해도 죄책감은 절대로 사라지지 않을 것이란 걸 처음부터 알고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복수를 향한 자신의 마음이 꺾이지 않도록 위험하고 나쁜 일들은 내가 전부 맡아서 할 테니 나를 지지해달라고 
마음속으로 줄곧 말하고 있지 않았을까 그리고 그런 모습을 바라보기만 하고 책임지지 않으려 했던 모든 사람들이 그녀를 친절하다고 말하며 자신들의 책임을 그녀에게 미룬 건 아닐까?

모든 사람들이 그녀를 친절하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정작 그녀는 스스로 그런 말을 하지 않습니다. 
그녀는 친절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친절해야만 했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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